[칼럼2]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 용산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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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7.13. 조회수 14414

[도시개혁 24호/여름호,재창간2호] [칼럼2]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 용산 대통령실


김근영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장
gykimusc@empal.com



선택의 시간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한다. 몇 시에 일어날지, 무엇을 먹을지, 나갈지 안 나갈지, 나간다면 어디를 갈지, 누구와 만날지를 선택한다. 인간이 속하는 동물은 그 기본적인 속성이 이동이다. 이동하기 위해서는 선택해야 한다. 식물도 해를 향하거나 뿌리를 뻗거나 꽃을 피울 때 선택한다. 즉 선택은 생물계의 가장 근원적인 속성이다. 생명은 선택을 통해 생존했고, 번영했으며 소멸했다.
정치는 공동체의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선택권을 행사하기 위한 행위다. 그 행위에는 투쟁과 협력, 강요와 설득, 배제와 경청이 포함된다. 타이밍과 추진력은 필수다. 2022년 3월 20일 대한민국의 20대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삼청동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단상에 섰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찬성과 반대, 기대와 비판이 뒤따랐다.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집무를 시작했다.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 행사동안 청와대가 개방되었다. 국민에게 74년 만에 전면 개방된 첫날 청와대를 2만 6천명이 관람했다.


선택을 이끄는 선택

기대는 더 큰 기대를 불러내는 법이다. 벌써부터 ‘화려했던 용산의 꿈’을 내세워 개발 붐을 일으키려는 움직임이 있다. ‘용산을 알면 돈이 보인다’며 ‘대한민국 정치 1번지’, ‘마지막 기회의 땅’, ‘역사문화의 보고’라는 미사여구로 대중의 투자심리를 부추긴다.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의 카지노와 호텔이 발하는 마법 같은 야경과 불빛을 보는 것 같다. 그 화려함의 끝이 우리를 약속의 땅, 미래 도시로 인도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이미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었던 용산 재개발의 좌초를 경험했다. 코로나 19가 야기한 스테그플레이션과 애그플레이션의 슈퍼태풍이 문 앞까지 다가왔다. 경제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지정학적 갈등도 개발 붐의 위협요인이다.
큰 장에 ‘파이 차지하기’ 경쟁이 빠질 수 없다. 사학계는 근세사와 풍수지리로 근엄하게 훈수두기에 나섰다. 건축계는 국가의 품격과 상징성을 내세워 백년대계의 건축물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국토도시계획학계는 서울의 공간구조 재편과 국민소통 접근성을 높일 호기로 용산개발을 바라본다. 교통학계도 서울과 용산 교통혼잡을 개선할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여론에 호소한다. 부동산학계는 개발의 이해득실을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변곡점을 통과하는 서울과 용산의 변신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선택의 대가

윤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발표하면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말했다. “일단 청와대에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 어렵다”는 사실을 강조한 말이다. 타당하다. 그러나 새로운 공간의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용산 대통령실에 인접한 미군 부지의 대체와 드래곤힐 호텔 이전이 문제다. 대통령 집무실와 연접해 미군기지가 위치하도록 그대로 두어도 문제는 남는다. 대체부지 선정과 보상은 새로운 갈등의 화약고다.
환경단체와 언론은 용산공원의 환경오염 정화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 문제는 하루아침에 생긴 일이 아니다. 그 뿌리가 1990년 노태우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와 문재인 정부까지 모두에게 고질적인 과제였다. 새정부가 역대정부들의 선택을 뛰어넘는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시작은 창대하되 끝은 미미한 용두사미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할지도 모른다. 시저는 주사위를 던졌고, 루비콘 강을 건넜다. 시간이 지나면 그 결과물을 알게 될 것이다.

선택하지 않는 선택

윤석열 대통령은 이 주제와 관련해 이미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한번 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 내포하는 것처럼 이름이 중요하다. 이름은 명분과 의미를 제공하고, 소통의 첫걸음이 된다. 새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수개월 동안 대통령 집무실의 명칭에 대해 고민했다. 대국민 공모를 통해 다섯 개의 최종 후보작을 선정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용산 대통령실’이라는 기존 명칭을 당분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필요하다면 가끔은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NATO(No Action Talk Only : 행동은 없고 말잔치로 끝나는 일)가 빈번해지면 신뢰가 무너진다. 게이오대 오구마 에이지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후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사회를 바꾸려면 행동하라!” 선택과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용산 대통령실의 선택 이후 다음 길에 놓여 있는 역경과 난관, 장애물들을 돌파할 혜안과 지혜가 필요한 때다.

최적의 원칙(Principle of Optimality)

응용수학계의 한 분야로 동적 계획법Dynamic Programming이 있다. USC대 리차드 벨만 교수가 1953년 창시했다. 수학, 경제학, 생물학, 전자공학, 산업공학, 교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이론이다. 이론의 핵심은 ‘최선의 선택이 계속 이루어지면 최적의 경로가 된다’는 것이다. 벨만 방정식, 쉬운 말로 벨만의 ‘최적의 원칙’이라고 불린다. 우리가 어떻게 최선의 길을 선택하는가가 ‘최적의 원칙’에서의 문제다.
정치는 고도의 연속적인 선택을 수반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서전에 “국가의 역할을 고민하자”라고 썼다. MIT 경제학과 에쓰모글루 교수와 하버드대 정치학과 로빈슨 교수는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번영은 엔지니어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해서는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포용적인 정치경제 제도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에 출범한 새정부에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웠는지는 후대의 사관이 말해줄 것이다.

역사, 수많은 선택들이 쌓인 기록

대통령의 시간도 우리와 동일하게 흘러간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은 가끔씩 시간을 내서 뒤를 돌아보는 것이 좋다. 자신의 삶이 남긴 발자국들이 이룬 궤적을 기쁘거나 아쉬운, 때로는 분노하거나 창피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다음 발걸음을 딛는데 도움이 된다. 오년이라는 길고도 짧은 임기를 끝낸 윤 대통령의 선택들은 대한민국의 역사에 어떤 궤적을 남기게 될까? 민초들의 삶은 현재와 비교해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용산 대통령실 다음으로 또 다른 선택이 뒤따를 것이다. 어쩌면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선택하고 싶었지만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현재의 선택이 남긴 빛과 그림자를 보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선택지를 결정할 것이다. 그런 선택들이 모여 우리의 역사를 만든다. 자긍심을 가질 수도, 수치심을 가질 수도 있는 역사다.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도, 그릇된 질곡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후손들은 우리의 선택을 보면서 오늘을 살아간 우리를 판단한다. 역사의 저울 앞에서 우리는 개개인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간 하나의 공동체로 평가받는다.

<참고문헌>

노무현, 2009, 『진보의 미래』, 동녘.
대런 에쓰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 2012,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시공사.
손동우․정석환․유준호, 2022, 『新용산시대』, 매경출판.
오구마 에이지, 2014, 『사회를 바꾸려면』, 동아시아.
이명박, 2015, 『대통령의 시간』,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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