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 판교신도시 성공인가? 실패인가?

관리자
발행일 2023-02-03 조회수 6147

[도시개혁 25호/겨울호,재창간3호] [칼럼2 : 판교신도시 성공인가? 실패인가?]

판교신도시 성공인가? 실패인가?


김근영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장
gykimusc@empal.com


 
수도권의 배꼽

판교는 수도권의 배꼽이다. 수도권의 경기도는 왼쪽을 한입 베어 문 도넛 형태처럼 생겼다. 도넛 안쪽의 서울에서 약 10㎞ 정도 떨어진 경기도 남쪽에 판교신도시가 있다. 서울과는 경부고속도로와 신분당선을 통해 바로 연결되어 천혜의 도시 입지조건을 갖춘 곳이다. 뛰어난 명당인 이 지역에 21세기가 되기 전까지 도시가 들어서지 않은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미래세대를 위해 1970년대 중반에 그 땅에 대한 건축행위를 전면금지했다. 그리고 30여년이 지나 IMF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 땅은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개발된다.
판교는 광주산맥 줄기의 높이 542m 검단산과 618m 청계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조성된 3만 세대, 8만8천 명이 거주하는 신도시다. 행정적으로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판교동, 운중동, 백현동, 삼평동, 하산운동, 석운동, 대장동을 포함한다. 2003년 1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8년 동안 면적 약 9백만㎡의 토지 위에 조성되었다. 탄천과 접하고 있으며 운중천이 중심부를 서에서 동으로 휘감으면서 지난다. 판교 동측의 연접지역에는 오십만 여명이 거주하는 2천만㎡ 면적의 분당신도시가 있다. 판교신도시 좌측 아래에는 요즘 정가에서 핫 이슈로 대두된 판교대장 도시개발 사업지구가 위치하고 있다.
 


<그림> 판교와 분당, 대장지구를 포함한 분당구청(『판교는 실리콘밸리가 아니다』p. 234에서 인용)
 

아무도 몰랐다

판교는 교통이 사통팔달이다. 경부고속도로가 남북으로 판교의 중앙부를 관통한다. 도시 경계에는 수도권 제1 순환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분당-수서 간 도시고속도로, 분당-내곡 간 도시고속화도로가 있다 서울과 경기·인천 도시들로 바로 연결된다. 중심지에 있는 신분당선 판교역을 통해 신분당선으로 연결된 수도권 남부와 경강선으로 연결된 수도권 동부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가히 신도시가 들어설 천혜의 명당이다.
정부는 2000년대 초반 주택 가격이 상승하자 이 땅에 주거기능 위주의 전원형 저밀도 신도시를 건설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최초계획은 경제여건과 주택수요 변화, 정치적 판단에 의해 계속 변경되었다. 개발목표도 처음에는 난개발 방지였다가 과밀억제로, 집값 안정으로, 무주택자 주거안정으로, 환경보호로 수시로 바뀌었다. 당․정․청의 기류가 바뀔 때마다 판교의 개발목표가 흔들리면서 정책의 일관성이 내팽개쳐졌다. 정부는 주택공급에 역점을 두었지만 경기도는 첨단 일자리 창출을 중시했다. 그래서 제1 판교 테크노밸리의 면적으로 정부는 10만평을, 경기도는 100만평을 주장했다. 정부와 경기도가 첨예하게 대립하자 당시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이 20만평으로 결정했다.
참여정부의 후반기인 2006년 판교신도시 주택청약이 시작되었다. 배후에 분당과 영통, 광교, 동탄, 오산 신도시를 보유한 판교는 ‘로또 판교’로 불렸다. 언론과 부동산업계의 바람잡이로 청약 광풍이 불었다. 중소형 아파트 경쟁률은 평균 50대1이었고, 최고는 2,073대1을 기록했다. 중대형의 최고 경쟁률은 869대1이었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필지도 2011년까지 모두 매각되었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개발이익만 보아도 LH공사가 총투자금액의 26.8%인 약 2천억원으로, 경기도시공사는 50.3%인 약 9.3천억원으로 산정된다. 입주기업들의 총수익은 현재 6.4조원으로 추정된다. 부지 매입가의 약 5.6배에 달한다.
판교를 성공한 신도시라고 말한다.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파트 입주자, 참여한 LH와 GH공사, 입주기업, 세수가 증가한 정부와 지자체, 건설․부동산업계 모두 이익을 보았다. 그러면 성공한 것인가? 우리가 겉으로 드러난 이익과 정치적인 이해득실만을 쫓다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 것은 아닐까?
 
숨은 그림 찾기

판교신도시에는 세 개의 테크노밸리(TV)가 있다. 북쪽에 있는 제1 판교TV와 북서쪽의 제2․3 판교TV를 합한 면적은 116만㎡다. 아직 계획단계인 제3 판교TV를 제외한 1․2 판교TV에서는 2021년 기준으로 약 1.7천개의 IT(정보통신), BT(바이오), CT(문화콘텐츠), NT(나노)기업에서 7.2만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2030세대가 ⅔를 차지한다. 판교기업들은 110조원의 매출액을 달성해 우리나라 총 GDP의 5.3퍼센트를 점유했다.
1995년 지구촌 최초의 ‘도시혁신지구Innovation District’인 「뉴욕 실리콘 앨리Silicon Alley」를 품은 테크시티 3.0 뉴욕이 탄생했다. ‘도시혁신지구’와 테크시티 3.0은 스마트, 바이오, 그린 등 다양한 형태의 4차 산업혁명 아이디어들을 테크 자이언트와 유니콘 기업으로 변신시키는 곳이다. 2022년 현재 전 세계에는 116개 대도시권에 172개의 도시혁신지구가 있다. 첨단 일자리를 원하는 2030세대들의 꿈을 실현하는 신개념 일터다. 우리가 1.7천개 기업과 7.2만명의 일자리를 성공이라고 자축하고 있을 때 1․2․3 판교TV보다 9배나 큰 뉴욕의 테크지구는 4.4만개 기업과 74.4만명의 첨단 일자리를 창출했다. 판교보다 18배가 큰 보스턴의 테크지구도 5.5천개 기업과 17.6만명의 일자리를 자랑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2030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고민이 많다.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 중에서 대기업의 비중은 2013년 이후 감소추세다. 세계경제와 산업이 1981~2010년 MZ세대가 여는 MZ경제로 전환되면서 도시혁신지구를 보유한 테크시티 3.0 도시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 SNS에 익숙하며 교육수준이 높고, 참여에 능해 공정에 민감한 MZ세대의 역량을 발휘할 테크시티 3.0의 육성이 선진국들의 화두다.
 
오시리스의 저울

고대 이집트 신화에서 사람이 죽으면 망자는 자칼의 머리를 한 ‘저승사자’ 아누비스에 이끌려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오시리스 신 앞에 선다. 오시리스는 저울 왼쪽에 망자의 심장을, 오른쪽에 깃털을 올린다. 심장에는 망자의 선하고 악했던 모든 생각과 행적이 담겨 있다. 저울추가 심장으로 기울면 망자는 괴물 아무트에게 잡아먹힌다.
어제의 신중하지 못했던 결정이 오늘과 내일의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잘못된 길로 들어서 뒤틀려진 인생을 제자리로 돌리려면 더 큰 결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번 결정하면 쉽게 바꾸기 어려운 도시계획도 그렇다. 판교가 ‘심판의 저울’에 놓인다면 우리는 ‘깃털보다 가벼울 정도로 사심 없이 최선’을 다했다고 변론할 수 있을까? 후손들은 판교를 시대의 맥을 짚은 자랑스러운 신도시로 역사에 기록할 수 있을까?
 
<참고문헌>

김근영, 2022, 『판교는 실리콘밸리가 아니다』, 이담북스.
박정호, 2016, “오시리스의 저울”, 중앙일보 2016년 12월 22일자 기사
 


 

Attachments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