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칼럼] 도시개혁 재발간에 부쳐

관리자
발행일 2022-01-24 조회수 9591

[도시개혁 23호/겨울호,재창간호] [이사장 칼럼]

도시개혁 재발간에 부쳐

백인길 도시개혁센터 이사장
igbaek@daejin.ac.kr

1997년 경실련 도시개혁센터가 창립된 이후 만 25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도시문제를 시민운동으로 승화시켜 인간의 지속가능한 삶의 질 확보를 위해 노력해 온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바람직한 도시를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습니다만 이러한 노력중의 하나로 1999년 12월 “월간 도시개혁”을 창간하여 회원 및 시민들과 소통하는 장으로 활용한 것 또한 중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월간 도시개혁”은 여러 가지 이유로 격월제로 발간되다가 계간으로 발간되었고, 2007년 여름호를 마지막으로 발간이 중지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회원분들과 시민 여러분에게 “도시개혁”이 발간되지 못한 사유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드리지 못한 것과, “도시개혁”을 발간하지 못함으로써 시민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최근의 동향을 본다면 굳이 간행물로 “도시개혁”을 재발간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은 잘 서지 않습니다. 다양한 온라인 매체를 통해 시민과 소통하는 방법은 많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개혁”의 재발간을 결정한 것은 다양한 매체의 활용이라는 측면 외에도 간행물의 “도시개혁”을 원하는 회원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앞으로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소통의 장도 추가하여 제공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도시개혁”의 재발간을 계획하면서 그동안 도시개혁센터가 해왔던 일들과 창립 발기문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창립 발기문에서는 안전한 도시, 쾌적한 도시, 문화도시, 인간주의적 도시, 더불어 사는 도시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에서 활동해 왔던 과거를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됩니다. 오늘의 도시는 안전한가요? 우리 주변에는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인해 발생되는 산사태와 같은 문제,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문제, 화재에 대한 대비부족에서 발생하는 인명손실의 문제 등 다양한 위험이 여전히 산재해 있습니다. 쾌적한 도시는 어떠한가요? 그린벨트는 여전히 주택공급의 논리에 파헤쳐지고 있는 현실, 선거철만 되면 토지이용규제의 완화가 우선적인 공약으로 제시되는 현실, 용적률 완화 등 친환경과 역행하는 정책들은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문화도시, 인간주의적 도시, 더불어 사는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로 창립 발기문에서 이야기한 것과 역행하는 많은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반복되는 것들도 있지만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마치 변이 바이러스처럼 말입니다.

최근 전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문제들을 보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택가격의 문제, 엄청난 불로소득의 문제, 부동산 투기의 문제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택가격의 문제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을 것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산업과 인구에 그 원인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는 창립 발기문에서 “더불어 사는 도시”를 위해 국토균형개발 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의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토가 균형있게 발전하기 보다는 수도권의 집중이 더욱 심화된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아직도 정부의 접근은 미온적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주택가격의 문제는 서울에서 출발하여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여기에 정부의 엉뚱한 정책이 지방으로까지 주택가격의 문제를 확산시킨 결과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의 대책으로 수도권 내 주택공급을 위해 3기 신도시를 건설하고, 기존 시가지에는 용적률 완화 등 다양한 주택공급 정책을 제시하고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또 창립 발기문에서 이야기했듯이 쾌적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그린벨트를 보존해야 한다는 것에도 역행하고, 인간주의적 도시를 만들기 위해 용적률을 축소하고 재개발·재건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에도 역행하는 행위입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의 과잉개발은 결국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유입을 촉진하여 수도권 과밀을 더욱 조장하게 되고 국토균형발전에 역행하는 행위입니다.

불로소득과 부동산 투기의 문제는 도시개혁센터가 꾸준히 추구해오고 운동해왔던 개발이익환수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일 것입니다. 더불어 함께 사는 도시를 위해서는 노력에 의한 정당한 이익이 아닌 불로소득은 사회에서 함께 활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창립 발기문에서도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확대를 통한 주거권보장을 위한 운동을 이야기했습니다. 도시개혁센터는 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환수된 개발이익을 활용하여 공공임대주택이 확대되도록 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만 아직도 개발이익환수에 대한 제도는 정착되지 않고, 투기적 행위가 만연할 수 있는 제도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지난 25년간 물론 많은 영역에서 변화가 있었고 개선이 있었습니다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생각되는 것은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래서 더 많이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도시개혁”의 재발간을 고민하였습니다. “도시개혁”을 발간하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노력이 필요하여, 현재부터 월간으로 발간할 것이라는 약속을 드리기는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재발간하는 지금의 시점에서는 6개월에 1회(년 2회) 발간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좀 더 노력하여 계간, 나아가서는 월간으로 발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최근 우리사회의 변화를 보면 정말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는 도시도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뜻하지 않는 재앙으로 우리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코로나는 도시공간의 변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이 되어버린 언택트 문화는 공간속에서 어떻게 자리잡을까요? 그래서 우리의 도시는 어떠한 모습을 준비해야 할까요? 빠르게 변화하는 생활양식은 또 도시공간에 어떠한 모습으로 투영될까요? 이런 다양한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들이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동안 도시개혁센터는 도시안전, 교통, 주거안정, 도시재생, 도시문화, 도시환경, 참여행정, 개발이익환수, 아파트공동체 등 여러 영역의 분과활동을 통해 도시의 다양한 문제에 대응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분과 활동들 보다는 통합적 문제 중심으로 도시개혁센터의 운동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번 “도시개혁”의 재발간과 함께 분과 활동 또한 재개하고자 합니다. 물론 통합적 문제에 대해서는 회원분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도시개혁센터의 도시개혁 운동은 시민과 함께 할 때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여기에서 분과 활동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회원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분과는 도시재생, 주거안정, 교통, 도시안전 분과활동부터 시작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사회적 요구와 회원분들의 요구가 있을 경우 다양한 분과를 추가하여 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열려있는 도시개혁센터의 활동에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합니다.

창립 발기문에서 이야기한 목표들은 어쩌면 특정한 기간 내에 완결되는 목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목표일지도 모릅니다. 도시개혁의 목표를 완결로 설정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음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더 나은 도시를 위한 우리들의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도시개혁”의 재발간을 통해 시민들과 이야기하고 다함께 노력해 나가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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