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방향에 대하여

관리자
발행일 2023.02.03. 조회수 5941

[도시개혁 25호/겨울호,재창간3호] [특별기획2 :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방향에 대하여]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방향에 대하여


김정곤 도시개혁센터 안전분과장
garoo72@gmail.com


 
■ 경제·사회 환경이 격변하고 있다.
 
2022년은 국내외에서 많은 일이 있었던 한해이다. 우선 세계적으로 창궐하여 수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코로나-19가 조금씩 진정 기미로 돌아선 것은 고무적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꽉 막혔던 사람들의 숨통이 조금 트이자 이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그 결과 가뜩이나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세계 경제가 혼란한 상황에 기름을 부은 모양이 되고 말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동안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2023년은 올해보다 더 좋지 못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수출과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상 이러한 세계 경제의 격변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편, 국내로 눈을 돌리면 가장 큰 이슈는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일 것이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국민의 기대를 받고 시작한 윤석열 정부는 그러나 시작부터 대통령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하겠다며 예산 낭비의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현재 국내 이슈 가운데 국민 대다수는 부동산거품의 폭락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최근의 긴박한 경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경제와 함께 국민의 안전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그리고 국가위기관리에 대한 대처 능력 또한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예를 들면, 올여름 중부지방 집중호우와 초대형 태풍으로 인하여 반지하 침수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서울의 도심부가 침수되었으며, 전국의 많은 산업시설에서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자연재난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하며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안전관리 능력에 있어서 허점이 많이 노출되어 뭔가 부족한 인상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런 와중에 지난 10월 29일 저녁 이태원에서 158명의 안타까운 생명이 길에서 압사로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현재까지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책임 있는 윗사람들의 대응과 이에 대한 처벌 보다는 현장 실무자 위주의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모두가 예상은 했었지만, 그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상황이다.
 
■ 경제와 안전은 별개의 것이 아닌 양립해야 한다.
 
올 한해 많은 이슈가 있었지만 『중대재해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 역시 많은 사람의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된 주제 가운데 하나다. 이 법은 적절한 조치를 통해 예방할 수 있었던 재해로 인하여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망자를 줄여보고자 2021년 1월 26일에 제정되었고, 1년 뒤인 올해 1월 27일 시행되었다. 아직 시행 첫해라서 현장에서 적용하는데 애로사항도 많고 법적으로도 미흡한 점도 많이 발견되어 향후 많은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된 올 한해 재해 예방 성적표는 과연 어떨까? 결론적으로 사망자 수는 좀처럼 줄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오히려 중대산업재해는 산업별로 조금 다른 상황이기는 하지만 법시행 이전보다 늘어나는 느낌이다. 또한, 중대시민재해는 법적으로 처벌 가능한 대상이 되는 재해가 아직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태원 참사 등 시민이 다수 사망하는 재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이행의무의 부여나 특별한 조치행위에 있기보다는 강력한 처벌조항에 있다. 강력한 처벌에 기인한 이행의무의 강제력이 담보되어 재해 예방이라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의 정책은 안전보다는 경제에 무게중심을 두고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근심을 안겨주고 있다. 엄밀히 말해서 경제와 안전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양립해야만 하는 것인데, 안전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대립하는 구도를 만들어 경제규제의 하나로 단정해 버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대상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행정기관 등의 장으로 국한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한편, 8월에는 중앙부처 중심의 TF가 구성되었으나 검토 방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제활동에 제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적절한 검토 방향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일반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면 재해 발생 빈도는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기업들이 이윤추구를 위해 안전관련 예산과 인력을 줄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데 실제로 재해가 발생하면 재해 예방에 투자하지 않아서 취한 이득보다 훨씬 큰 손실을 보게 된다. 2023년에는 만만치 않은 경제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하여 재해 발생으로 발생하는 국가 전체의 손실과 생산활동의 위축을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와 안전이 양립해야만 한다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 중대시민재해 예방 강화를 위한 법률개정 요구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하여 여러 건의 개정 발의가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하지만 여야가 대립하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법률개정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안으로 부처에서는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을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고용노동부가 9월에 시행령 개정안을 제시하겠다고 발표까지 하였으나 연말인 현재까지 개정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서 사실상 연내에 개정안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타 부처에서는 개정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조차 없는 상황이다. 물론 법률을 개정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문제점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충분한 검토를 통해서 법률개정이 이루어져야 예상치 못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사실, 2022년에 발생한 중대재해의 대부분은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며, 기업들의 관심이 중대산업재해에 집중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대시민재해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그러다 보니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 부분은 부실하게 검토되고 있어서 우리는 일반 시민들의 안전강화를 위해서라도 중대시민재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지자체 등 공공부문에서 이뤄지는 중대시민재해 관련 예방조치는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에 민간부문의 중대시민재해 예방은 매우 부실한 형편이다. 예를 들면, 중대산업재해 영역에서 발생하는 시민재해의 경우 시민재해로 별도 구분하고 있지도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광주 학동 철거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시내버스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이 매몰되어 9명이 사망한 사고다.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과정에서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의 대상을 명확히 구분하여 정의하면서 발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건설현장과 주변에서 발생하는 근로자의 재해는 노동재해, 일반인의 재해는 공중재해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관리주체를 중심으로 어느 장소에서 재해가 발생하는가를 기준으로 재해를 구분하기보다는 재해로 피해가 발생한 대상이 누구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한편, 이태원 참사로 인해 많은 시민이 왜 이번 사고가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지 않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직접적으로는 법률에서 도로를 관리의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만약 도로를 관리대상에 포함했다고 하더라도 이태원 참사를 정말 막을 수 있었느냐면 아닐 가능성이 크다. 현재와 같이 처벌의 대상이 되는 대상과 관리 주체를 중심으로 의무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체계는 시설물 안전관리 개념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즉, 시설물의 안전을 확보하면 그 시설물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인데 사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철학을 재정립하여 개선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현재는 관리 대상물을 보호하는 것이지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상태다.

아직 미완성의 법률인 중대재해처벌법이 실무적으로 안착하여 시민의 안전확보에 본격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검토와 개선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기존의 재난이나 안전 관련 법률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과도 병행 운용이 가능하도록 구성과 내용이 다듬어질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위상이 재정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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