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 송현공원 이승만 기념관 건립 반대 (한상권 교수 인터뷰)

도시개혁센터
발행일 2024-08-16 조회수 36

[도시개혁 28호/여름호,재창간6호] [칼럼2]

"송현공원은 이승만을 쫓아낸 4.19혁명의 역사적 현장,

이승만 기념관이 아니라 4월 혁명 역사관 건립해야"

- 한상권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 위원장(덕성여대 사학과 명예교수) 인터뷰 -

정리: 윤은주 도시개혁센터 부장
dongi78@ccej.or.kr

오세훈 시장이 지난 2월 23일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송현공원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이승만 기념관 송현공원안 건립 논란이 불거졌다. 먼저 이승만 동상 및 기념관 건립 등 이승만 우상화 작업에 반대하는 독립운동가 후손들 및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한 역사단체,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 헌법의 전문에서 ‘불의(不義)’로 규정한 독재자 기념관을 지어 서울을 대표하는 거리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실련은 지난 7월 2일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 한상권 위원장(덕성여대 명예교수)을 만나 이승만 기념관 건립의 문제와 반대 이유들을 들어보았다.

 

4.19혁명 제대로 인식하면
이승만이라는 사람이 부활할 수 없어

보수의 아이콘인 이승만 전 대통령 일대기를 그린 영화 ‘건국전쟁’이 관심을 끌자 오세훈 시장이 이승만 기념관 건립으로 보수 세력을 결집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천 사업처럼 자신 임기동안 하나의 성과로 내세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거 같습니다.

이승만을 ‘국부’다, ‘건국 대통령’이다 이런 식으로 미화하는 것은 4월 혁명 정신이 제대로 계승되지 못했기 때문이예요. 4월 혁명을 제대로 계승했으면 오늘날 이승만이라는 독재자가 부활할 수가 없습니다. 4월 혁명에 대한 인식이 희미해진 틈을 타 이승만을 복권시키고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4.19를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잘 모르는 것 같아요. 4.19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입니다. 헌법정신의 큰 두 줄기가 3.1운동과 4.19혁명입니다. 이승만은 국가권력을 총동원하여 대규모 부정선거를 자행한 범죄를 저지른 끝에 4.19로 민중에 의해 쫓겨났습니다. 헌법 전문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 이념”의 ‘불의’가 바로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한 이승만의 부정선거예요. 헌법이 분명히 대한민국은 3.1 독립정신과 4월 혁명으로 이은 나라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은 헌법정신 자체를 부정하는 발상입니다. 이런 반헌법적 행태에 윤석열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념관 건립 모금에 동참하는 등 이승만 우상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몰지각한 행동입니다.

송현공원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하겠다는 것은
금남로에 전두환 기념관 짓겠다는 발상

대한민국 어디에도 독재자를 기리는 기념관을 세우면 안 되겠지만, 특히 송현공원은 안 됩니다. 이곳은 4월 혁명의 ‘장소성’을 간직한 역사적 공간이예요. 송현공원은 이승만 정부가 민주시민을 향해 발포한 중앙청(지금의 광화문)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공간입니다. 4월 19일 당시 학생과 시민들이 이승만 대통령이 있는 경무대(청와대)로 진격하는 길목 중 하나가 송현공원앞 대로입니다. 이 길을 포함해 중앙청 주변에서 경찰의 발포로 사망자 21명과 부상자 172명이 발생했어요. 사망자 가운데 구순자와 최신자는 덕성여중 3학년(당시 16세)에 재학 중이었어요. 이들의 모교인 덕성여중이 바로 송현공원과 인접해 있습니다. 이처럼 학살 현장의 지근거리에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은 광주 금남로에 전두환 기념관을 짓겠다는 발상과 진배없습니다.

이승만 기념관이 아니라 4.19혁명 역사관 건립해야
이건희 기념관도 적절하지 않아

4월 혁명은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여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쟁취한 대한민국 첫 민주혁명이예요. 또한 식민지 체제를 경험한 제3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기에 터져 나온 시민혁명이자 아시아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증명한 기념비적 사건이기도 합니다. 4월 혁명의 특징은 서구의 민주화운동처럼 수도에서 시작해서 지방으로 확산되고, 대학생이 중심이 되었던 게 아니라, 지방에서 시작해 서울로 전파되었고 중고등학생들이 대학생보다 먼저 시작했다는 점이예요. 그런 점에서 일제강점기 3대 독립운동 가운데 하나인 광주학생운동과 비슷한 점이 많아요. 4월 혁명에서 지식인들, 대학생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많이 알려져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아요.

4월 혁명의 중심에 중고등학생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사망자 숫자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4월 혁명에서 ‘공식적’으로 사망한 분은 총 186명입니다. 희생자 186명을 신분별로 나누면 학생이 79명이고 일반인이 107명입니다. 학생 희생자 79명을 다시 각급 학교별로 보면, 고등학생이 31명(39.2%)으로 가장 많으며 그 다음이 대학생 24명(30.4%), 중학생 18명(22.8%) 순입니다. 눈에 띄는 점은 고등학생 희생자가 대학생보다 많다는 사실이며, 중학생 희생자 또한 적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고등학생과 중학생을 합하면 49명(62%)으로, 이들 희생자가 대학생 희생자 24명(30.4%)의 두 배를 넘습니다. 이는 4월 혁명에서 중·고등학생이 대학생보다 ‘더 먼저’ 시위를 시작하였으며 ‘더 많이’ 피를 흘렸음을 말해주는 지표입니다.

작년(2023년)에 4월 혁명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습니다. 4.19혁명의 역사적 가치를 세계가 인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4월 혁명을 제대로 기리는 공간이 하나도 없어요. 서대문에 4.19혁명기념도서관이 있고, 수유리에 국립4.19민주묘지가 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한다고 하면 제일 먼저 들고 일어나야 할 텐데 반대한다는 입장 표명 하나 없이 조용하잖아요.

이번에 4월 혁명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하여 송현공원에 4.19혁명 역사관을 건립해야 합니다. 이건희 기증관을 세우는 것도 적절하지 않아요. 이건희 전 회장 사후, 아내 홍라희가 아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이 전 회장의 소장품을 정부에 기증하고 이 기증품으로 송현공원에 이건희 기증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인데 홍라희의 아버지 홍진기는 4.19혁명 때 내무장관으로 발포 명령 책임자 중 하나입니다. 이 일로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5.16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특별사면 됐지요. 이로 볼 때 이승만 기념관은 물론 이건희 기증관 또한 적절하지 않아요. 송현공원이 4월 혁명과 관련된 역사적인 공간인 만큼 4월 혁명 역사관을 세우는 게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헌법정신을 계승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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