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4] 정부가 분양확대·임대축소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라면 임대주택 축소를 만회할 수 있는 제도가 보강돼야

관리자
발행일 2023-08-01 조회수 1432

[도시개혁 26호/여름호,재창간4호] [특별기획4 : 윤석열 정부 도시정책 1년 평가 / 도시주택주거복지]

정부가 분양확대·임대축소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라면


임대주택 축소를 만회할 수 있는 제도가 보강돼야


김천일 (강남대학교 부동산건설학부 조교수)
ckim@kangnam.ac.kr


 
공급 확대·규제 완화·민간부문 활성화를 내세운 윤석열 후보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공공주도 기본주택, 인기없고 애매모호한 과세 강화를 내세운 이재명 후보를 누르고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한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임대차 3법이 의도와는 달리 전세 매물 급감 및 전세 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져 서민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규제책, 대출 규제를 통한 구매 수요 억제책이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한 가운데, 높은 가격에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한 구입자와 똘똘한 한 채에 올인했던 청년들이 집값을 지키고자 윤석열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정부실패·부정부패의 대표 사례로 영원히 기록될 LH 사태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주택정책 방향이 향후 5년 집권당의 색깔을 결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은 향후 5년 부동산 정책 방향을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된다.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2022.6.21.)의 주요 내용은 종부세·취득세 완화, 주택 공급 확대, 규제지역 재검토를 통한 규제 완화, 민간 건설 임대 세제지원 강화, 거주 의무 완화를 통한 임대 매물 물량 확대로서, 공급 확대·규제 완화·민간부문 역할 강화를 명확히 하였다. 이어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2022.8.16.)을 통해 대통령 선거 공약 250만 가구에서 20만 가구를 추가한 270만 가구 공급을 민간 중심으로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관련 규제를 풀어 주거 선호도가 높은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270만 가구 공급이 실현가능한가의 여부를 떠나 시장에 공급 시그널을 분명히 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주택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인데 주택 공급 목표가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한다.

2022년 9월 29일 정부는 지난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의 후속 조치로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초과 이익 면제 기준 3000만원을 1억원으로 상향하고, 초과 이익 구간별 10~50%인 부과율 단위는 기존 2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뒤이어 발표된 12·8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은 안전진단 통과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였다. 2018년 안전진단 평가 시 구조 안전성 비중을 20%에서 50%로 높게 상향한 것이 도심 아파트 공급 저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정책에 대해 정책 당국자들은 정비사업이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걱정하며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으로 여긴다.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면 주변 거주환경 개선효과가 있으므로 단기에는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정비사업 후 주택평형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공공성 제고 차원에서 「정비사업의 임대주택 및 주택규모별 건설비율」 행정규칙에 맞게 소형평형 및 임대주택을 확보해주면 될 것이다. 정비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그 대가로 부담은 낮춰주어 도심 주택 공급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 사업성이 확보되는 지역은 민간 개발로 추진하도록 하고, 사업성이 부족하나 물리적 환경 개선 차원에서 정비사업의 필요성이 높은 지역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공공주도 개발 모델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 공공주택 정책 기조는 공공분양·민간임대 확대이다. 이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축소될 것으로 사료된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20조 7천억원에서 15조 1천억원으로 5조 7천억원 삭감하였다. 국토교통부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향후 5년간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을 합쳐 총 100만호를 공급할 계획인데, 공공분양주택은 14만 4천호에서 50만호로 늘어나고 공공임대주택은 63만 2천호에서 50만호로 줄어든다. 또한 소득 4분위 이하 저소득층에게 지원되는 취약계층용 공공임대주택은 향후 5년간 43만호 공급될 예정으로 지난 5년간 공급된 물량보다 4만호 가량 줄어든 수치이다. 이에 대해서, “공공임대의 축소는 무주택 서민과 청년 및 신혼부부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정책이다”는 의견과 “주거 안정성 및 서민의 자산 축적 관점에서 분양주택의 확대가 바람직한 모델”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날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으로 이어져 결국 경기위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재정부담까지는 몰라도 경기위축까지 야기할 요인은 아니다. 그래도 정부가 분양확대·임대축소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라면 임대주택 축소를 만회할 수 있는 제도가 보강되어야 할 것이다. 품질좋고 입지도 좋으면서 임대료도 매우 낮은 임대주택을 정부가 신속히 공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도심 곳곳에 입지해 있으면서 공식적으로 주택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주거공간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주택이외의 거처에 대한 재고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공급 및 유지·관리를 지원하여 이러한 공간들을 임대주택 부문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제도는 세입자 입장에서 임대료도 싸지 않고 공공의 부담도 크다. 건설 부문의 도덕적 해이를 일으킨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럴 돈이 있으면 실질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 수단을 발굴·육성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한편,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민간임대리츠 사업(예를 들면, 과천 주암)의 경우 해당 수익의 일정부분이 공공임대주택의 건설 혹은 운영·관리에 투입될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개편할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 정책과 관련하여 공공임대주택 임차 계약의 관리, 공공임대주택의 재건축 논의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아직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기자통합시스템을 도입하여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수요 파악 및 입주자 배분을 하겠다고는 하였는데, 대기자명부의 관리는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난이도가 매우 높은 작업이다. 면밀한 사전 준비, 부처간 데이터 이용 체계 구축 등 높은 수준의 행정 지원이 요구된다. LH, SH가 통합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대기자통합시스템 구축 연구를 수행한지 2~3년이 지났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임차 계약과 관련하여 선진국들은 신규 공급을 지속하여 전체 주택재고의 크기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재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시여기고 있다. 고용 지원, 교육 지원을 통해 임차인의 주거 상향 이동을 제고하여 기존 주택재고의 입주회전율을 높여서 새로운 소요 계층에게 시의성있게 재임대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앙정부 주도의 관리·운영으로는 지역 단위의 소요를 맞춤형으로 충족시키기가 어려울 것이다. 공급과 관리에 있어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지자체들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민간부문의 육성도 필요하다. 우선 LH와 같은 공공기관이 노하우 제공 등을 통해 비영리 민간부문을 성장시킬 수 있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내집마련 민간임대의 전신(前身)인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는 LH의 부채 증가로 인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민간참여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사업성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할 수 있는 리츠(REITs) 구조를 만든 것이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양호한 품질의 임대주택이 부족한 가운데 기금의 마중물 역할을 통한 임대주택의 공급을 가능하게 하므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주거 선택의 기회를 확장시킨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공급자의 입장에서도 지금처럼 주택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공급 사업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인 제도로 평가할 수 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수익성과 공공성의 조화의 관점에서 몇 가지 제도 개선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행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정책에서 민간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주요 규제는 임대의무기간, 임대료 상승제한, 임차인 자격제한, 초기 임대료 제한이 있는데, 공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규제 요소들에 대해 지역별(수도권-비수도권), 사업구역별(민간택지-공공택지) 차등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임차인 자격에 따른 일반·특별공급 비율 및 초기 임대료 수준을 공공지원 규모와 연동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주택도시기금 출자 기준 상 민간사업자의 출자 비율은 30~50%로 되어 있어 기금은 최소 50%에서 최대 70%까지 출자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기금지분율이 높을수록 민간의 지분율이 감소하는 지원 체계를 고려할 수 있다. 주택도시기금의 출자는 공공지원의 한 형태이므로 리츠에 출자된 기금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 수단들을 조정할 수 있다. 반대로 주택도시기금 지분율이 감소하고 민간 지분율이 증가할수록 규제를 완화하여 규제의 유연성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현행 주택도시기금 융자 기준에 따르면, 85㎡ 이하 주택에 대해서만 호당 면적별로 차등하여 융자를 지원하고 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공급 면적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등에서 별도로 정한 바가 없으나 정책 상 85㎡ 초과 주택에 대한 융자는 사실상 중단되었다. 법적 제약은 없으나 공급 규모면에서 실질적인 제약이 존재하는 것이다.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기금 융자 지원이 없는 평형에 대한 사업에 투자할 유인이 부족하다. 세대통합주택 등 다양한 주택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고 변화하는 주택 환경에 대응하여 지원 체계를 유연화 할 필요가 있다. 중규모의 임대주택 공급은 시장 전체적으로 서민들의 주택 필터링 효과를 유도하여 소규모 주택의 임대료를 안정시킬 수 있다. 따라서 뉴스테이 정책 당시 시행되었던 85㎡ 초과 135㎡ 이하 주택에 대한 기금 융자 지원을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평형 및 임대주택 상품의 다양화를 통해 수요자를 유인하여 공실률을 낮추고 사업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소규모·중규모 주택의 혼합을 통한 소셜믹스(social mix)도 실현할 수 있다. 소비자 선택 확대 관점에서 “기업형 뉴스테이”형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형 모두 필요하다.

민간임대리츠의 사업 방식 다변화도 필요하다. 민간임대주택은 한시적으로 임대로 운영되나 입주 후 10년 이 경과하면 리츠가 임대주택을 일반에 분양하여 리츠를 청산하게 된다. 주택 경기 침체로 인해 청산에 어려움을 겪거나 세입자가 임대로 계속 거주하길 원하는 경우 다른 민간임대리츠가 민간임대주택을 매입하여 리츠자산으로 편입시켜 운영할 수 있도록 리츠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민간임대리츠가 국토 전체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수도권-비수도권」, 「지역 내 여건이 좋은 지역-침체지역」, 「소규모 개발-대규모 개발」의 사업 현금흐름을 집합(pool)시키고 수익을 재순환(recycle, revolving)시키는 방식 통해 사업을 더 큰 공간단위로 구성하여 규모의 경제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주거환경이 양호하고 주택가격이 지속 상승하는 지역에 위치한 사업장에서 기대되는 높은 민간 수익의 일부를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업장으로 이전할 수 있는 교차보전 사업모델을 구축하면 “대장동 사태”로 상징되는 민간부문의 과도한 초과 수익을 차단하고 초과 수익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반지하 주택 거주 문제에 대해 정부는 공공임대 이주 수요를 발굴, 정부가 매입한 뒤 공공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 반지하 공간을 커뮤니티 시설로 용도 변경, 거주자가 이주를 원치 않는 경우 안전보강 비용 지원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또한 서울시는 반지하 특정바우처 제도를 신설했다. 이러한 지원 대책들은 반지하 주거공간과 유사하나 반지하에 살고 있지 않은 가구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공공임대 이주 수요를 발굴하는 것은 적절해보이나 공공임대주택과 반지하 주택은 입지여건의 차이가 크므로 이를 만회할 만한 수준의 지원이 있어야 공공임대주택으로의 이주 의사가 높을 것이다. 매입 사업을 축소하는 가운데 반지하 건물에 대한 매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며, 반지하 공간을 커뮤니티 시설로 활용하려면 집주인 뿐만 아니라 1~2층 세입자에게도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가능할 것이다. 서울시의 바우처 정책은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같은 현물 보조 방식보다는 효율적이기는 하나 지원 대상자의 범위가 모호할 수 있어 이를 판정하기 위한 행정력이 별도로 요구된다. 반지하 주변 유사 주택의 임대료가 국지적으로 오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현금을 지원받고 계속 거주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반지하 주택 침수 피해는 본질적으로 주택 문제를 넘어서, 사회복지 안전망, 도시관리 문제가 혼합된 사안이므로 주거복지-사회복지-재해예방의 총체적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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