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3] 국민 안전을 위한 국회의 역할과 책임에 대하여

관리자
발행일 2024-01-19 조회수 128

[도시개혁 27호/겨울호,재창간5호] [특별기획: 21대 국회 "도시분야" 입법평가]

국민 안전을 위한 국회의 역할과 책임에 대하여

김정곤 도시개혁센터 안전분과장
garoo72@gmail.com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입법, 행정, 사법의 기능을 각각 국회, 정부, 법원이 담당하도록 정하고 있다. 특히, 입법기능을 담당하는 국회위원은 국민의 비밀투표를 통해 선발하고, 국회의 회기 중에는 현행범이 아닌 한 체포 또는 구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 밖에도 국회의원은 많은 권한을 가진다. 그러면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국회의원에게 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제대로 국민을 대표해서 국민을 위한 일들에 집중하라는 뜻일 것이다. 즉, 국회의원은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법률을 제정하고, 때로는 행정권 및 사법권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제대로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국회위원들은 국민들이 필요한 법을 시의적절하게 제정해 국가와 사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고 있을까? 필자는 가끔 일선에 있는 공무원이나 기업, 시민들로부터 일을 추진하려고 해도 관련 법률이 없거나 제대로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한다. 또한, 뉴스를 통해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데 관련법이 없어서 처벌을 못 한다거나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가끔은 정부가 나서서 법률개선이 되기도 하고 건의를 통해서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되기도 하지만 정해진 절차를 거치느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효과가 반감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 같다. 그런데 해당 내용이 경제사회 문제와 관련된 내용도 있겠지만 제일 안타까운 경우는 국민 생활과 안전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일 때 더 안타까움을 주는 것 같다.

대한민국 제21대 국회는 2020년 5월 30일부터 시작되어 2024년 초까지 임기다. 그리고 2022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있었고 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과 국민의힘(이하, 국힘)의 여당과 야당 입장이 뒤바뀌었다. 그리고 정치적인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여당과 야당의 입장 차이는 법률제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제21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 가운데 가장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고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법률은 아마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 생각된다. 이 법률은 2021년 1월 26일 제정되어 2022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 등 일부를 유예하고 시행되었으며, 2024년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전면 시행된다.

먼저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과정을 살펴보면 그 시작은 20대 국회에서 고 노회찬 의원이 처음 관련 발의를 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그리고 제21대 국회 들어서 정의당과 민주당이 발의하고 최종적으로는 법제사법위원장이 대안을 제시하고 본회의에 제출하여 가결되었다. 사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은 다수당인 민주당이 여당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민주당이 여당인 기간과 국힘당이 여당인 기간에 개정 발의된 사안들을 살펴보면 다소 입장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주당이 여당인 기간에는 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 발의가 많았고, 발의도 민주당과 정의당에서만 제출하였다. 반면 2022년 대통령선거 이후 국힘당이 여당이 된 이후부터는 인증제도 도입과 처벌완화와 산업계에 대한 지원강화 그리고 유예기간을 다시 2년 늘리자는 경영계의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인 시각에서의 개정 발의를 국힘당 의원들이 제출하였다. 한편, 이 기간에는 민주당 이학영 의원의 중대재해 사실을 공표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 발의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민주당에서는 개정 발의가 없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는 제21대 국회에서 2021년 법안 제정이후 그 어떤 개정 발의도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여당과 야당에 대해서 누가 잘했고 못 했는지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의 입장에서는 국민의 안전도 고려해야 하지만 경제·사회에 대한 다양한 문제도 고려해야 하니 머리가 오죽 복잡하겠는가. 그러나 국민의 안전에 대해서 여야의 이러한 상반된 입장 차이를 고집하는 모습은 결코 국민 안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여야가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하여 개정 발의 했던 내용들을 가능한 범위에서 서로 수용하고 타협안을 만들어서 법률을 개정했더라면 지금보다는 국민 안전이 훨씬 개선되었을 것이다. 국회가 국민 안전을 위해서 서로 토론하고 논의하는 모습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그동안 민주당과 정의당에서는 국민 안전을 위하여 책임자 처벌을 위한 강한 법률제정이라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현실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특히 대기업보다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인력과 예산에 제약이 있는 일부 공공기관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은 큰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책임만 지우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도 함께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 국힘당에서는 경영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다양한 지원책을 고민하는 것은 좋지만,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 경감이나 면책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내용까지 고려하지는 말아야 한다. 보호의 대상이 되는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혹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한 2022년에 발생한 중대산업재해가 2021년보다 오히려 증가하였고 2023년에도 크게 감소하지 않은 사실에 비춰 중대재해처벌법의 무용론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그나마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어서 중대재해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계기로 기업과 기관의 재해예방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증가된 사실은 입법 효과가 충분함을 보여준다. 중대재해처벌법 이외에도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많은 안전과 관련된 법안들이 있다. 그 필요성과 시급성, 효과성 등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모두 필요한 입법 활동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헐벗고 어려웠던 과거에나 할 만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경제적 활동을 중시하던 후진적 사고에서 벗어나서 안전 관련 법률을 다룰 때만큼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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